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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수술의 음모


아 이렇게 웃긴 글이 있다니... 강추합니다

출처와 저작권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ozzyz.egloos.com/4110585


포경수술의 음모

나는 포경수술에 대해 할 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중학교 때 했는데 다년간의 자위행위와 포르노 교육을 통해 알만한 건 거의 다 섭렵하고 있을 시점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포경수술은 사내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인생의 과정이자 통과의례라 여기고 있었다. 이를테면 포경수술 - 대학입학 - 군복무 - 취업 - 대출 - 자가용 구입 - 결혼 - 대출 - 내 집 장만 - 아버지 되기 - 부채탕감 - 바람피우기 - 외로운 죽음, 이라는 저 삶의 위대한 관성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다 할 만한 출발점이랄까. 더불어 포경수술을 해야만 포르노 속 흑인의 미끈한 돌고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누구 하나 바로잡아 주는 이가 없었다. 사실 내 주위 대부분의 아이들이 포경수술에 대해 아는 게 변변치 않았다. 심지어 고추 끝을 늘어뜨려 나무 밑둥에 올려놓고 도끼로 내리찍어 잘라낸다는 둥, 군대 갈 때까지 수술 안 하면 단체로 세워놓고 가위 한 개로 한꺼번에 자른다는 둥, 그때 아프다고 엄살 부리면 영창을 보낸다는 둥, 별 해괴한 이야기들이 정설처럼 떠돌았다.

결국 날을 잡아 비뇨기과를 찾았다. 비뇨기과 의사는 변태기가 다분했다. 여자 간호사들 있는데서 이 놈 고추가 어쩌고저쩌고 희롱을 일삼았다. 그러나 저 변태는 곧 내 고추에 칼질을 할 사람이다. 나는 비굴하게 웃었다. 시술이 시작됐다. 내 고추에 바늘이 들어간 게 먼저인지 여자 간호사가 내 고추를 잡고 막 주무르더니 조금 틀이 잡혔을 때 느닷없이 포피를 까뒤집어버린 게 먼저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인생 최악의 경험이었던 건 확실하다. 수술이 끝나 드레싱까지 마치자 의사는 페트병 반 토막을 고추 위에 씌워주었다. 그러면서 원래 꼬마들은 종이컵을 주는 데 넌 중학생이라 맞는 게 없구나, 라는 설명을 앉을 데가 없을 만큼 사람이 많되 병원이 늘 그렇듯 적막하기 그지없는 대기실 한 가운데서 친절하게 늘어놓았다.

병원을 나섰다. 엄마한테 나 힘들었으니까 책 한 권 사주라, 졸랐다가 씨알이 안 먹혀 택시도 마다하고 혼자 삐쳐 집까지 걸어갔다. 자고로 엄마 말씀을 잘 들어야 건강하다. 그 길에 마취가 풀렸다. 평소 2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한 시간 반 동안 타르코프스키적인 속도로 걷고 기고 헤매어 집에 도착할 즈음에는 라이언 일병 고추 구하기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고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의상 파일 지워놓은 걸 까맣게 잊고 <프린세스 메이커2>를 실행했다. 한 달 내내 가슴 커지는 약만 먹여놓은 과년한 딸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수술 부위에서 심각한 고통을 느낀 나는 재빨리 거실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바지를 내리고 고추를 꺼내 애국가를 불렀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지만 내게 운이란 떨어져 나간 고추 포피와 비슷한 것이라 파국은 어떻게든 찾아올 기세였다.

다음 날 밤 끝내 일이 터졌다. 주말의 명화를 보다가 흥분해버렸다.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패신저 57>이었다. 다시 한 번 창문을 열고 바지를 내려 애국가를 불러보았으나 기어이 그날 새벽 실밥이 터지고 말았다. 총알을 후벼 파는 람보의 인내력으로 참고 참았다. 이러다 흑인 돌고래는커녕 고추가 떨어져나가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잠이 오지 않았다. 피가 자꾸 나와 휴지로 칭칭 감은 채 이튿날 몰래 비뇨기과를 찾았다. 내 입에서 “저, 실밥이 터졌는데요”라는 문장이 빠져나오자마자 거의 0.1초의 반응속도로 의사의 표정이 환희로 일그러졌다. 변태의사는 김병조처럼 웃어대더니 마침 진료실에 들어오는 간호사에게 “이것 봐 얘가 말이야, 글쎄 실밥이 터졌대”라며 배를 잡고 즐거워했다. 그 앞에서 곧 바지를 까 내리고 고추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맹세코 그 의사를 죽여 버렸을 거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죄다 원통한 일이다. 어차피 두면 절로 뒤집힐 고추다. 매끈하게 위로 솟은 흑인 돌고래가 될 줄 알았던 고추는 애매한 수술자국을 남긴 채 그냥 좌파가 되었다. 그러니까 그 흑인은 포경수술 안 했던 거라고. 이쯤 되면 화가 난다. 그 시절의 포경수술은 분명 사실상의 국책사업이었다. 무조건 해야 하는 줄 알았다. 2000년 기준으로 전체 남자 인구대비 60퍼센트가 포경수술을 받았다지만 그걸 40대 밑으로 한정지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게 빤하다. 학교에서 단체로 수술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가스실을 향하는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마냥 잔뜩 긴장한 코흘리개들이 양호실 앞에 한 줄로 서 있는 광경과 휴지통 한 가득 쌓여있는 고추 껍데기를 떠올려보면 없던 전립선염도 생길 지경이다.

그러다가 친구의 제보로 포경수술을 할 때 상당량의 성감대가 함께 잘려나간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아직 확정적인 데이터를 얻지 못해 미루고 있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나는 정말 청와대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할 생각이다. 야 씨발 내 고추 내놔!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가에서 극히 미비한 비율로 필요시에만 시행되는 수술이다. 이명박 시대에 이따위 선진화되지 못한 고추로 국위선양이 도대체 가능하겠냐는 말이다. 글로벌한 애국 실용 고추의 길은 애당초 절단 나 있다. 내가 요즘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은 포경수술 안 한 친구다. 두 번째로 부러워하는 사람은 포경수술을 했어도 잘라내지 않고 그냥 묶은 친구다. 그런 친구의 영지버섯 대가리 같은 고추를 보면 부모의 속 깊은 자식 사랑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세상이 이리 엉망진창인 것도 그러고 보면 결국 욕구불만이다. 국민 대다수가 강제되지 않은 강제에 의해 단체로 할례를 받다니. 성감대가 그렇게나 잘려나갔으니 그놈의 욕정을 찾고 찾아 채워보려 발버둥 치다 끝내 비뚤어지는 거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비뚤어진 성욕은 물욕으로 권력욕으로 폭력으로 폭발해 세상을 향해 빵, 사정의 기세로 터져나간다. 소위 남성문화라는 게 그리 만들어 진다. 정수에는 억눌려 악에 바친 성 에너지가 있다. 노파심에 부언하자면, 우리가 실제 주위에서 종종 발견해낼 수 있듯, 이 남성문화라는 건 결코 생물학적 남성에게만 한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나 소비되지 않는다. 생물학적 여성도 언제든지 남성문화의 가해자가 된다. 그러니까 포경수술은 이미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포경수술 시행율은 한국전쟁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특히 박정희 정권 때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박정희의 비리를 우연히 알게 된 비뇨기과 의사의 이야기를 하나 구상해봤는데 주위에서 <효자동 이발사>같다고 해서 관뒀다. 혹시 포경수술과 성감대 사이 상관관계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면 제보 바란다. 뉴스에서 날 보게 될 거다. 허지웅


by sky | 2009/04/10 12:35 | 3. 공개/ 레어 & 유머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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